비발디 사계 ‘겨울’ 2악장

 

비발디 사계 <겨울> 2악장(강주미 연주)

 

비발디 사계 <겨울> 2악장을 듣는 일은 곧 겨울 뒤 봄을 사는 일과도 같다. 겨울날 억세고 거세며 무자비한 바람이 그치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앉는 기적 같은 시간을 사는 일.

 

그러나 비발디에게도, 우리에게도 겨울은 단지 한 계절의 표상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혹독함, 인생의 시련, 피폐하거나 날선 감정, 괴로운 마음과 삶의 표상이기도 하다. 참다운 의미의 휴식이란 이러한 것들을 모두 표상하는 겨울로부터의 해방, 달리 말해 봄의 체험이다.

 

휴식은 그러므로 단순히 마음의 능력만으로도 가능하지 않고, 돈과 여가, 돈과 여가를 쓸 권리의 확보만으로도 가능하지 않다. 좀 더 평등하게 휴식을 누릴 수 있는 보편휴식, 평등휴식의 사회를 꾸준히 쉼 없이 만들어나가면서도, 우리는 바로 그 애씀의 순간에도 휴식이 권리를 넘어 능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발디가 그린 봄, 그건 돌연 도래한 휴식의 순간이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에서 나의 휴식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분명히 나는 봄의 향기와 한 몸이 되어 있다. 나를 괴롭히던 마음의 응어리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미워하는 마음도, 불안한 마음도, 마음이 짊어졌던 일체의 짐도 녹아내리고 있다. 나는 한줄기 봄바람, 봄햇살이고, 그보다는 그것이 한데 엉켜 한덩이가 되어 있는 나뭇가지이고, 가지 끝 꽃이고, 또 가지에 앉은 새소리이기도 하며, 그 아래 흐르는 물소리이기도 하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 모든 것으로서의 봄이 바로, 지금의 나다.

 

이 순간, 내 마음자리에선 증오만이 아니라 회한도 사라졌지만, 나의 즐거움은 용서와 만족으로 인한 즐거움이 아니라, 아무 마음도 내지 않는, 마음의 한가로움으로 인한 즐거움이다. 이탈리아 사람 비발디는 중국의 노자를 몰랐겠지만, 그는 이 곡에서 분명 무위자연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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