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밤

 

꿈인가 생시인가

다시 가을이 왔다

브리즈번 투웡 강변

키 큰 자카란다 상부의 잎을 스치던 9월이

여기 북반구 어딘가로 올라와 산란을 한다

이 몸에서 다른 9월이 만나

고요로이 날개를 편다

 

 

귀뚜라미는 더 맑은 소리로

이 가슴의 현을 뜯고

말할 때와 묵할 때를

나는 더 잘 고르게 되었다

일 없는 40대라는 연옥에서도

부끄러운 애비라는 지옥에서도 벗어났고

밤이면 운동복을 입고 보행자로 변신을 한다

 

 

행길에서 만나는 코리안들을

더는 미워하지 않게 되었고

벌이나 풀처럼 그들을 지나가며

성한 두 발 다리에

기도를 올릴 뿐이다

 

 

그리고 아직 길이

내게 뻗어 있다

가야 할 길

가보는 길

미지의 삶이……

 

 

소금, 기름, 밀가루로 만족했던

어느 은자를 나는 기억하고

기억을 모시는 시간이 그대로

차게 타오르는

어느 못잊힐 밤이다

 

 

*2016년 9월 8일, 정발산 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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