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는 노파

 

시들시들하지만

빛이 이는

들꽃 모양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구름 모양

 

저기

한 세계

벤치에 드러난

한 세계에서

노파는

존다

 

러시아인들이나 쓸 것 같은

모자를 쓰고서

한 손에 지팡이

한 손엔

가죽가방을

명줄인 양 꼬옥 쥐고서

 

노파의 가슴께는

무덤 위 풀처럼 우수수

일어났다

스러지고

스러졌다

일어난다

 

저 대리석은

잠도 정지도 아니고

죽음에 가까운 것

 

노파는 더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이 세계의

모든 소음 너머

이 세계의 생멸

이 세계의 치욕

이 세계의 쾌락 너머에

노파는 있다

 

일어나는 풀 모양

풀을 뉘이고

일으키는 바람 모양

 

노파는

벤치 위에 굳어 그대로

돌이 되어가며

우피치 갤러리의 다비드 상처럼

사직공원의 신사임당 상처럼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2009년 7월 3일, 시드니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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