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侈와 클러터Clutter

 

이제마 선생의 <동의수세보원>이라는 책을 보면 치색侈色이라는 말이 나오죠. 미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치侈 자가 재미있어요. 사치스럽다 할 때의 치가 바로 이 치 자입니다. 사치스럽다는 뜻 외에도, 무절제하다, 난잡하다, 과하다, 과장되다, 오만하다, 크다 등이 있어요. 유가 식으로 말하면, 이 모든 뜻들의 공통분모는 중도를 벗어난 상태일 거예요.

 

그런데 이 글자가 재미있다는 건, 한자로만 보면 “저녁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夕은 단순히 저녁이 아니라 밤저녁이라 봐야겠지요. 낮이 가고 온 밤저녁에 일찍 잠들지 않고 늦도록 깨서 무절제하게 지낸다면, 그것이 바로 ‘치侈’입니다.

 

살아보니, 건강이 어려운 건 욕심 때문임을 알겠습니다. 심의 수련과 신의 수련이 다르지 않음을 알겠더군요. 밤을 끊으면 몸이 살아납니다.

 

또, 치의 스타일, 치의 풍속이라는 것도 있어요. 너무 많은 양념과 향신료가 들어간 먹거리, 과도한 무늬, 너무 진한 화장, 한 공간을 차지하는 너무 많은 사물…..이런 것이 다 치의 한 패거리입니다. 그러니까 공간을 짓고 꾸미는 마음새, 미를 판별하는 기준, 심신의 수련, 이 모두에서 치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준거점이 되어줍니다. 치侈가 없는 삶, 치侈를 싫어하는 삶이 아름답습니다.

 

Clutter라는 좋은 말이 있지요. 난잡하다, 난잡하게 널려 있는 사물을 가리키는 말인데, 집에 클러터가 없어야 집다운 집이 된다고, 눈 파란 이들이 늘 강조하는 겁니다. 클러터를 치운다는 건 마음을 정화한다는 것도 되지요. 이런 좋은 단어가 한국어에 왜 없지? 했는데, 이제 보니 치侈를 모르고 한 소리였어요. 무식하면 입을 닫아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부끄러울 뿐입니다. 자, 하루가 시작되는군요. 저는 두 시간 전에 시작했습니다. 치 없는 삶을 빕니다. 안녕히. (2017.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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