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보았네

 

걸어보았네

길이라 불리는 돌바닥을 따라

돌 돌 돌 쥐며느리처럼 나를 말아

울 밖에 나온 배롱나무를 만날 때까지

걸어보았네

사람은 대동하지 않고

안팎으로 문명을 지워버리고

앞 발을 첨으로 든 유인원처럼

두 발로만 두 발로만

걸어보았네

낙심한 자의

낙방한 자의 얼굴을 하고

집이라 불리는

돌과 나무와 쇠와 울 밖의

돌과 나무와 쇠붙이 사이 사이를

낙심과 쾌심을 모르는

배롱나무 곁을

아무도 모르는 하오를

아무도 모르게 훔쳐내

걸어보았네

사람이 사는 즐검과 슬픔을

넘어보고자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의

힘과 한계를 넘어보고자

부는 배롱나무에게

눕는 솔나무에게

이 마음을 드리고자

내가 아지 못하는 곳에

사는 배롱나무를

솔나무를 향해

부랑자처럼

유랑아처럼

고아처럼

너는 고아여도 좋다는

솔나무 배롱나무의 입숨에

뺨을 지긋이 대이고자

 

 

*2009년 2월 12일, 시드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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