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공간의 시학>을 덮고

우주선에서 지상으로 착륙하듯

거실로 왔다

 

거실은

조각배마냥 잔잔하다!

책의 그 혜성들의 빛과

빛 부딪힘이 없는

밤과 밤의 씨앗이 없는

이미지의 화포가 없는

공적의 공간

 

예 와서야 안심

눈에 씌었던 돋보기는

공중으로 사라진 모양이어서

비로소 평안타

 

이 평심이 숟가락을 뜰 때

그러나 바로 그 때

알아챘으니

 

이젠 책 대신 식탁을 읽고 있는

돋보기를!

내 눈이 아니라 온 몸을

집어삼킨 수목의 그림자 같은 이 돋보기!

 

이리하여

게 살을 이가 뜯을 때 나는

어린시절의 기슭으로

입니입수하며

 

흰 쌀밥을 씹을 때

장화 신고

눈동자 속 같은 논 물을 보며

 

호로록 백김치 물을 마실 때

물갈매기로

물 위를 끼룩 끼룩

끼룩 끼룩 – 한다

 

건포도는

포도나무 그늘 아래서 바라보던 담

너머, 담 너머의 세계로

공처럼 나를 던져놓는다

 

무엇이 있었던가

어떤 고통이, 어떤 물음이, 어떤 미소가

날 기다리고 있었던가

나는 바로 거기에 서서

물어본다

 

식탁이여

너는 여러 세계가

여러 시절이 그 아래 함께

살아가는

시의 커다란 지붕이다

 

 

*2009년 3월 25일, 시드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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