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잇감 또는 먹이

먹거리라는 말을, 우리는 받아들이지만 먹잇감이라는 말을 우리는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다. 먹잇감은 인간이 아닌 동물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즉, 먹잇감이라는 말을 거부하는 의식의 심층에는, 자신이 인간이며 동물이 아니라는 인식을, 인간과 동물은 확연히 다른 존재라는 관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이 아니라 인간인가?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굉장히 다른 존재인가? 인간과 다른 동물들의 유전적 뿌리는 동일하며, 산소와 먹이를 필요로 하는 점, 무언가를 씹거나 삼켜서 생존해야 해서 입과 소화기관이라는 기관이 있다는 점 역시 다른 동물들 대부분과 동일하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라고 생각되는 여러 가지 능력들(도덕 능력, 언어소통 능력, 반성적 사고 능력, 이성, 자의식 등)도 오직 수준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즉, 인간은 동물계의 일원이며, 동물계의 일원으로서 다른 동물과 식물을, 먹잇감으로서 먹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더욱이 이러한 사실을 인정함을 넘어서, 밥상에서 우리 자신에게 인지시킨다면, 이는 우리를 야만적인 상태로 퇴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문명적인 상태로 진화시킨다. 첫째, 접시 위에 놓인 것을 먹이(먹잇감)로 부를 때, 먹이가 된 동식물을 알아볼 때, 우리는 동식물을 사냥, 채집하고 기르며 살아온 조상들의 자연문화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우리 존재의 통시적 전일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둘째, 그럴 때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이 살아 있던 동식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환기하게 되는데, 이 환기를 통해서 비로소 우리는 살다가 죽었던 동식물의 삶에 대해 관심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 문을 열게 되면, 우리의 먹이가 되는 동식물에 대한 인간다운 처우와 관리에도 관심의 문을 열 수 있게 되고, 차츰 차츰 인간다운 처우와 관리를 통해 산출된 동식물만을 우리 자신의 먹이로 선택하는 길로 가게 되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w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