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그리고 기후변화 책임분담금의 문제

 

가뭄. 가물, 한발(旱魃)이라고도 하며,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시기나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한마디로, 가뭄은 물이 턱없이 부족한 수난(水難)이다. 물을 언제나 필요로 하는 생물로서는 치명적인 기후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연일 타들어가는 농지에 관한 뉴스가 우리의 귀와 눈을 때리고 있지만, 사실 지금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가뭄과 열파(Heat Wave)로 신음하고 있다. 올 봄부터 지금까지, 지구 도처에서 일어난 가뭄과 열파 사건을 정리해 보았다. 함께 읽어보기로 하자.

 

  1. 인도: 지난 4월, 극심한 가뭄과 40도 이상의 열이 전국을 덮치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3억 3천 만을 넘어선다. 이들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물 그리고 생존이다. 최근 수년 간 이어진 가뭄과 작황 실패를 경험한 지역(마하라슈트라 주, 매드햐 프라데시 주) 농민들 중 수천 명이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타밀 나두 주 남부 지역 농민들은 올 봄 생계를 보장하라며, 뉴델리에서 강력한 저항 시위를 벌인 바 있다.

 

  1. 스리랑카: 지난 해 11월부터 올 봄까지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 인구가 120만 이상이며, 이 가운데 60만 이상이 어린이들이다.

 

  1. 중국: 올 봄, 중국 북부와 북동부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12만 명 이상이 식수난을 겪었다.

 

  1. 아프리카: 6월 현재, 가뭄으로 식량난, 기아, 식수 문제 등 곤경에 처한 동아프리카 인구가 무려 1,600만 명에 이른다. 참고로 2005년~2016년, 84차례의 가뭄이 아프리카 34개국을 강타했다. 특히 소말리아가 문제여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고, 지난 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가뭄으로 난민이 된 이들이 약 74만 명에 이른다. (2011년 소말리아에서 가뭄으로 생업을 잃거나 식량난으로 굶어죽은 이가 25만 명 이상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올해 가뭄으로 인해 22만 명이 집을 떠나는 신세가 되었다. 현재,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서는 세기의 가뭄으로, 1인당 하루 사용량 100리터라는 제한 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1. 미국: 6월 넷째 주, 극단적인 열파가 미국 남서부를 강타했다. 아리조나 주, 피닉스(Phoenix)의 기온이 약 49도까지 올랐을 정도다. 참고로 과학자 브래드 우달(Brad Udall)과 조너썬 오버팩(Jonathan Overpeck)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서 2014년까지 미국은, 1906년 강수량 측정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가뭄을 보였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콜라라도, 뉴 멕시코, 아리조나 주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콜로라도 강의 강수량은 이 기간 동안 20세기 평균보다 19% 낮았다.

 

  1. 이탈리아: 현재 10개의 도시가 열로 인한 재난에 직면해 있다. 올해 가뭄으로 인한 농업의 피해도 만만치 않아서 농업단체 콜디레띠(Coldiretti)에 따르면, 그 규모가 10억 유로(약 1조 2천억 원)를 넘어선다. 파르마, 피아센자 지방은 재난 지역으로 선포되어 각기 800만 유로(약 101억원), 65만 유로(약 8억원)가 지원될 예정이다.

 

  1. UK와 유럽: 런던은 1976년 이래 가장 더운 6월을 맞고 있고, 포르투갈, 스페인,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등 수많은 국가들이 40도에 육박하거나 40도를 넘는 이례적인 고온과 열파로 고난의 6월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1천 미터 고도의 알프스 지역의 기온이 30도에 이르기도 했다. 지금 스페인 남부에서는 열파로 삼림이 타들어가고 있다.

 

  1. 한국(남한): 올해 강수량이 197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작물들이 타들어가고 있다. 전남,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제 급수가 실시되고 있고, 충남 서부 지역에서도 제한 급수가 검토되고 있다.

 

  1. 북한: 현재까지의 강수량이 평년의 6~70%에 불과하며, 2015년 ‘100년 만의 가뭄’ 현상이 되풀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사실 ‘단일한’ 현상이다. 지구 기후 시스템이 요동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나라의 언론에서 가뭄과 농민의 한숨, 농산물 가격 상승 소식을 넘어서는 언어, 즉 가뭄의 구조적 원인과 해법에 대해선 전혀 들을 수가 없다. 이는 2014년 미세먼지에 관한 국내 언론의 보도와 매우 유사하다. 국내 언론이 미세먼지의 원인과 해법에 관해 말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려면(한겨레 등 극히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우리는 2015년까지 기다려야만 했던 것이다. (전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2015년을 넘어서면서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떻게 이렇게 우둔할 수 있는가? 왜 전체를, 미래를, 뿌리(근원적 이유와 해법)를 지금 바로 보고 이야기 하지 못하는가?

 

가뭄, 열파 등 전 지구적 기후 이상(이것을 우리는 기후변화라고 부르고 있다.) 현상과 관련하여 전체를 보면서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하는 이유는, 이 이상 현상의 피해가 전혀 균등(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똥 싸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는 형국인 것이다. 아니, 지금 똥을 치우는 정도가 아니라 똥벼락을 맞고 있다고 봐야 할 정도여서, 책임소재, 책임분담의 문제를 분명히 제기해야만 한다.

누가, 어떻게 피해를 보는 걸까? 이것도 순차적으로 정리해보자.

  1. 건강상의 피해: 어린이와 노인 등 건강 약자들이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확률이 높다. (어린이와 노인들은 대체로 온실가스 주요 배출자들이 아니다.)

 

  1. 물 부족: 이론적으로는 물 수급 제한을 받는 모든 이들이 영향을 받지만, 수급 제한 지역은 각 지역 저수지의 저수량에 따라 다르다. 또한 인도, 아프리카 일부 지역처럼 물 수급 제한이라는 말이 아예 무색할 정도로 가뭄이 극심한 지역도 있어서, 지역·국가간 피해 불균형의 수준이 심각하다.

 

  1. 작황 실패: 생산자인 농민이 영향 받으며, 극단적인 경우 인도처럼 자살하는 농민이 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퍽이나 근시안적 시각이다. 식량 불안의 시대에, 농지는 농민 개개인의 자산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자산이자 식량 지속가능성의 궁극적 토대라는 점이 인식되어야 한다. 수입하면 된다고? 바로 그 장거리 수송 때문에도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이는 다음 해의 기후 이상으로 다시금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더욱이 이미 글로벌화된 푸드 시스템, 기후 이상이어서 국외의 안전한 식량 생산 지대란 존재하지도 않는다.

 

  1. 농산물(식량) 가격 상승: 식자食者eater 모두가 영향을 받지만, 경제적 약자들의 타격이 심할 수밖에는 없다. (참고로 세계은행에 따르면, 식량 가격 폭등은 2007년 이래 2014년까지 총 37개국에서 51건의 식량 폭동을 야기했다. 물론 서민·빈민들의 생계형 폭동이었다.)

 

  1. 동식물 서식지 파괴와 생물종 파괴: 인류 사회를 초월하는 이러한 차원의 피해도 계산되고 고려되어야 한다.

 

요점이 무엇인가? 가뭄으로 피해를 입는 이는, 우리가 다른 동식물을 먹어야 생존 가능한 포유동물인 한, 다수일 수밖에는 없지만, 피해의 규모와 심각도를 생각해보면 그 피해는 절대적으로 불균등한 피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실을, 문제를 발생시키는 이들이 상대적 소수라는 사실에 반드시 비추어보아야만 한다.

 

가뭄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에는 복구 및 구조 자금이 필요하다. 되돌아보면, 기상이변으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모금’이라는 형태로 임시적 재난 기금이 조성되어 재난 지역에 전달되곤 했다. 이런 전근대적·전과학적 행태는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 ‘항시적 재난 기금’이 세금의 형태로 조성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기업들에게서 거두어들이는 온실가스세(또는 탄소세)가 그 기금의 주요 원천이 되어야 한다. (다책임, 다분담의 원칙이다.)

 

사실 이 세금은 일국 차원의 기금이 아니라 세계 기후 재난 기금의 형태로 국제적 단위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세계 재난 기금은 일국 차원의 재난 기금과 충분히 병행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가 정말로 ‘공정’이라는 가치를 중요한 국정 가치로 생각한다면, 이 세금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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