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협산선회 -자기만의 시간

 

연잎은 둥글둥글 둥글기가 거울이고

마름 열맨 뾰족뾰족 뾰족하기가 송곳이로군

버드나무 꽃은 바람 따라 솜털로 달아나고

비가 배꽃을 후려치니, 나비가 나는군

 

-협산선회 <무제> 전문(번역은 필자) 원문은 <<선시감상사전>>(민족사)에 수록

 

*

 

연잎, 마름 열매, 버드나무 꽃, 배꽃…어느 한적한 곳, 연못가의 풍경인가보다. 시의 작자는 중국의 한 승려다. 그것도 당唐 대(618~959)의 시인이니, 천 년도 넘은 시절에 살았던 옛 사람이다. 이 시를 읽고 난 어느 사찰의 연못을 떠올렸다. 방문객 거의 모두가 그 연못을 서성이며 사진을 찍어가곤 한다. 베이징을 방문한 누구라도 마오 주석 사진이 있는 천안문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한 장쯤 가지고 있듯, 랜드마크에서는 꼭 사진을 한 장씩 남기곤 하지만, 사실 이런 식의 기록과 삶은 기록도 아니고 삶도 아니다. 진정한 기록과 삶은, 설혹 남의 눈에 밋밋하게 보일지라도, 협산선회처럼 자기만의 시간을 살고 기록하는 것이다. 누구나 가서 보는 연못, 그러나 아무도 살지 못하는 연못. 누군가 있어, 그곳을 산다면, 그때 그 사람의 삶도 있고, 연못도 있다고 말할 수 있으리. 비가 배꽃을 후려치면, 어디론가 날아가는 나비여. 지각이 풍요로울 때 우리는 잠시간 지상에서 ‘뜬 존재’가 되고, 그때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노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때 삶과 시간은 오롯이 우리의 것이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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