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부석통현-개구리와 지구와 나

부석통현 <개구리 법문>-개구리와 지구와 나

어느 연못가 개구리들의 북 소리 와글와글 퍼져간다 
무진법문이 역력하도다
세상의 수행자들이여, 그대들에게 이르노니
지금부터는 선禪을 논할 생각을 말라

-부석통현 <개구리 법문> 전문(석지현의 번역을 필자가 일부 수정) 원문은 <<선시감상사전>>(민족사)에 수록

*

저녁 어스름 들판 저편에 깔리는 개구리 우는 소리는 지상에 내려온 별무리의 소리 같다. 소리는 나지 않고, 깔리며, 반짝인다. 그것은 소리로 된 오로라다. 어느 양서류의 목을 빌려 이 세계에 잠깐 출현한, 지구의 자명종 시계 소리다. 아니, 생명의 무진강산無盡江山을 모든 생명에게 고지하는 생명의 법고法鼓다. 그래서일까, 이 소리만 들리면 난 멈추어 섰고, 몸이 곧 귀가 되어 경건감에 젖곤 했다.

개구리 소리만큼 신기한 것이, 개구리의 생김생김이다. 매끈한 피부, 잘 보이면 보이는 등에 온통 난 반점, 톡 튀어나온 눈, 길게 뻗은 채 다문 야무지고 개구진 입, 유연한 몸놀림과 점프력……개구리 한 마리의 생김새와 동작에 감탄한다면, 사실상 그건 이 지구의 생명 전체에, 지구 자체에 감탄하는 셈이 된다. 이렇게 세계를 숫눈으로 다시 보면, 나의 신체 역시 범상치 않은 신체임이, 비로소, 내게 고지된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상 난 나의 신체도, 그 어떤 생명체도 함부로 대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아, 모든 것은 개구리 한 마리에 감탄하느냐, 아니면 그걸 지나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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