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죽암사규-인간의 분수, 나의 분수

죽암사규 <죽암송>-인간의 분수, 나의 분수

 

백여 그루 대나무 심어 
세 칸 자리 풀집을 마련했지
계곡 위로 겨우 난 길은
산 능선을 가리지 않네
누런 잎, 물에 흐르다 머물고
흰 구름, 바람에 오고 가고
평생이 다만 이와 같으니
도를 품고 사는 이의 조촐한 살림살이라네

-죽암사규 <죽암송> 전문(석지현의 번역을 필자가 일부 수정) 원문은 <<선시감상사전>>(민족사)에 수록

 

*

현대의 고도자본주의의 과잉(물질 과잉, 생산 과잉, 소비 과잉, 폐기물 과잉)은 마음 과잉을 산출하지만, 거꾸로 마음 과잉의 산출물이기도 하다. 이 마음 과잉은 인간의 능력과 위상에 대한 과도한 신념-생각과 연관이 깊은데, 마천루摩天樓, 고층빌딩만큼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물은 없을 것이다. 왜 산보다도 높은 무언가를 세우려 하는 걸까? 왜 분수分數라는 말을 자신의 가슴에서 잃어버리고 만 걸까?

인간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백수천 만 생물종(2015년 기준 과학에 알려진 생물 종수는 2백만 종 이상이지만, 얼마나 많은 생물종 수가 있는지 인류는 무지한 상태에 있다.) 가운데 한 종일 뿐이며, 결코 지구의 소유자가 아니다. ‘지구 소유자 의식’에서 어서 벗어나, 인간의 분수를 찾고 또 깨달아야 인류에게 미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인류에게 요청하기 이전에, 나 자신부터 100년도 못될 내 인생의 분수, 2미터 신체도 안 되는 나의 분수를 찾고 또 스스로 새기고자 죽암사규의 <죽암송>을 여기에 붙여놓고 ‘집과 생활의 명銘’으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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