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이세계의식탁_표지1

이 책의 장점은, 총체적 시각에서 음식과 음식 생산(농업)의 문제를 살펴봄으로써, 음식에 관한 한, 오로지 맛과 영양만을 보게 하는 나쁜 보자기를 우리의 머리에서 벗겨준다는 데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음식과 관련된 사안 하나 하나를, 각 장별로 조목조목 들여다보며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알아보고, 개선의 방향과 내용의 근거를 밝히고 있다.

저자의 입장은 단호하면서도 간명하다. 거대 기업 본위 푸드 시스템의 생산과 소비는 고장 나고 있으며, 건강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 다른 푸드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하나의 선택지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 자체와 관련된 절대 과제라는 것이다. 즉, 그것은 파스타를 먹을지, 자장면을 먹을지의 선택지가 아니라, 음식을 먹을지 말지의 선택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절대 과제인 푸드 전환은 한 겹이 아닌 여러 겹의 전환을 요한다. 첫째, 사고방식의 전환, 지식 패러다임의 전환이 아니면, 푸드 시스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현재의 주류 푸드 시스템의 기저를 이루는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의 진원지라는 판단 때문이다. 자연과 생명체를 관계론적●유기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대상이나 기계로 인식하는 사고방식, 살아서 서로 소통하고 협동하는 물질이 아니라 고정된 죽은 물질로 보는 사고방식 말이다. 자연의 각 개별자들, 생명체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고 보는 것 역시 동궤의 사고방식이다. 즉, ‘씨앗은 토양과 분리돼 있고, 토양은 식물과, 식물은 식량과, 식량은 우리 몸과 분리돼 있다’고 보는 사고방식 말이다. 하지만 실제의 자연과 생명은 이러한 사고방식이 이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존재한다.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먹이가 되어 끊임없이 하나의 사이클을 완성해가고 있다. 유기적이라는 것은, 저자가 보기엔, “하나의 철학”이자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윤리적이어서 아름답고 심신에 모두 즐거운 식 선택(이러한 선택이 보장하는 식사를 나와 동료들은 생태 미식, 온전식이라 부른다.)이 있고, 비윤리적어서 추하고 심신 모두에 꺼림칙한 식 선택이 있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이, 우리 모두에게 보다 확연히 알려져야 한다. 물론 우리 모두가 푸드에 관련하여 벌어지는 전체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면, 푸드의 생태학에 눈뜰 수 있다면, 이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이제, 전체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리하여 알면 꺼림칙하지만 모르면 즐거운 식사에서 알기 때문에 즐거운 식사로 이동하도록 하자. 왜냐면 저자가 강조하듯 “음식에 관한 질문은……지구 및 다른 생물 종과 인류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관한 윤리적 질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먹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다른 생물 종들을 멸종으로 몰고 갈 권리가, 다른 인류 구성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섭취할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지” 질문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음식에 관한 질문은 또한 “우리의 식문화, 우리의 정체성……에 관한 문화적 질문”이기도 해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셰익스피어)는 나의 친구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그보다는 ‘내가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식 취향’을, 식탁과 식기 등에서 드러나는 미에 대한 취향과 스타일을, 내가 속한 문화권의 식문화를, 내 식생태 지능, 식의학(식영양학) 지능을, 그리고 나의 요리 실력을 곧장 드러낸다. 또한 내가 맛을 접시의 영역에만 국한시키려는 사람인지, 접시 위 음식에서 땅과 지구자연의 맛, 농부의 마음의 맛, 농업 철학의 맛까지도 맛보려는 사람인지, 즉, 일면적인 시각에서 맛을 이해하고 체험하려는 사람인지 아니면 전체론적 시각에서 맛을 이해하고 체험하려는 사람인지, 맛에 관한 내 생각의 수준도 곧장 드러낸다. 이 책은 음식이 갖고 있는 이러한 다면적 바로미터로의 성격을 잘 보여주면서 우리를 식 선택을 통한 생활 민주주의 실천으로, 생태 농업 패러다임을 지원하는 식량 민주주의 실천의 길로 안내하기에 뜻 깊다. (옮긴이 해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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